2024년 6월 13일의 세상을 톺아봅니다. 오늘은 굵직한 소식들이 많아서 그걸 주제로 여러 가지 논의와 관점을 소개해 봤어요.
G7 정상회의, 유럽연합의 중국 전기차 관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안이 오늘 뉴스레터의 주된 주제입니다.
—에디터 김수빈 드림
미국, 러시아 제재 확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러시아 기업들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대러시아 제재를 확대했습니다.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AP는 전합니다.
- 러시아와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위협을 높였으며, 러시아의 금융 인프라를 겨냥해 러시아로 유입되고 유출되는 자금을 제한하고자 했습니다.
- 이번 제재 조치는 4,000개 이상의 러시아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를 공급한 중국, 아랍에미리트, 터키 기업들도 포함되었습니다.
-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의 부상으로 바이든의 동맹 구축 노력에 시험대
G7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트럼프 2.0’에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오늘날, 예전 같은 국제적 동맹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7 국가 정상들은 모두 지지율 하락에 직면해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침체, 이민 등의 문제로 정치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서방 동맹의 단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 가능성과 유럽 내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우 성향의 유럽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NATO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공조와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또한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한 입장 차이도 서방 동맹 내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G7 정상회의에서 EU 수장 자리를 둘러싼 협상 시작
이탈리아 바리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차기 EU 집행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협상이 시작됩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중도우파 정당이 승리한 후 처음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과 개별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 이들 정상은 단순히 EU 3대 경제대국일 뿐 아니라, 유럽의회에서 2~4위를 차지한 진영을 대표하고 있어 폰데어라이엔의 연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폰데어라이엔은 정상들의 지지와 함께 유럽의회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해야 합니다.
- 한편 EU 정상들은 폰데어라이엔 연임 여부와 함께 EU 상임의장,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다른 EU 수장 자리도 패키지로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G7에서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인데,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유럽의회 선거 참패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반면, 멜로니 총리는 우파 정당의 선전으로 EU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G7 국가정상 중 유일한 승리자 멜로니… 폰데어라이엔과 동맹?
EU 의회 선거 결과, 우파 연합이 47%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우경화 흐름이 뚜렷해진 가운데,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재선을 위해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폰데어라이엔은 7월 18일 집행위원장 선출을 위해 361표를 확보해야 하는데, 주류 정당 연합만으로는 과반 확보가 어려워 멜로니 진영의 표심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한편 신파시즘 정당의 뿌리를 지닌 멜로니 총리는 집권 후 국제무대에서 온건한 입장을 취하며 반EU 입장에서 선회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극우 세력을 설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14억 유로 지원과 EU 가입협상 개시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주 G7 회의에서 멜로니 총리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주도한다면, 향후 EU 의회 내에서 두 정치인 간 협력이 심화될 수 있을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멜로니 총리의 행보가 주류 진입을 모색하는 유럽 내 다른 극우 정치인들에게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합니다.
- 이번 G7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아프리카 개발협력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인데, 멜로니 총리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 다만 이탈리아 내 청년실업과 경제 침체 등 멜로니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상황입니다.
포퓰리즘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 그들에게 정권을 넘겨보자!
멜로니의 사례를 보면서 프랑스의 현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자난 가네시는 제가 FT 칼럼니스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양반인데 (늘 그렇듯) 논란적인 주장을 합니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 정당에 조기 집권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은 대담한 결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냉정한 논리에 기반한 것입니다.
- 유럽에서 포퓰리즘에 맞서는 최선의 방책은 그들이 정부를 운영하게 하는 것입니다. 집권하면서 반체제 정당들이 온건해지거나, 무능과 부패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현재 유럽의 많은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정부를 흔들 만큼의 세력은 있지만 실제 집권해 공약을 이행할 만큼은 아닌 절묘한 수준에 있습니다.
- 정부 운영은 불가피하게 유권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주는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특히 이민 문제를 다뤄야 한다면 포퓰리스트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입니다.
- 물론 집권 후에도 포퓰리스트들이 정치 체제를 왜곡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EU,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8%의 관세 부과
EU 집행위원회가 중국 전기차에 최대 38.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 보도입니다.
- EU는 수개월간의 조사 끝에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에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단, 7월 4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 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프랑스 주류산업을 겨냥한 중국의 반덤핑 조사 등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어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장을 연임하려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으로서는 높은 관세를 주장한 마크롱 대통령과 이에 반대한 숄츠 총리의 지지를 모두 얻어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습니다. 독일 업계는 우려를 표명한 반면, 중국 시장 노출도가 낮은 프랑스는 높은 관세를 지지하고 있어 대조를 보입니다.
중국의 수출경제는 서방 없이도 돌아갈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관세 장벽에 직면한 중국이 개발도상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습니다.
- 중국의 5월 수출은 전년 대비 7.6% 증가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중국 정부는 수출 주도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서방 국가들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했고, 미국과 EU는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 이에 중국은 동남아와 라틴아메리카로 수출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17% 감소한 반면, 동남아 수출은 12% 증가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신산업 품목이 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은 개도국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지만, 많은 개도국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대중국 수입 장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의 개도국 수출 전략은 당분간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세계 경제 환경에서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산 관세는 인도, 아시아에게 기회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의 경쟁국들에게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인도의 개발경제학자 아르빈 수브라마니안이 5월말 파이낸셜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어요.
- 중국과 밀접한 공급망을 가진 베트남, 태국 등 국가들보다는 인도, 멕시코, 터키 등 중국과 거리가 있는 국가들이 더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입니다.
- 특히 인도는 애플, 테슬라 등 서구 기업들의 탈중국 투자를 유치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 다만 차별적 보호무역주의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확대되긴 어려울 것이며, 무역 분쟁이 지정학적 갈등으로 번지면 모두에게 피해가 될 수 있습니다.
노아 스미스는 한술 더 떠서 서방의 관세 조치가 중국 기업이 생산시설을 중국 바깥으로 옮기는 데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의 경쟁국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평했어요.
하마스, 미국 중재안에 이견 제시… 블링컨 ‘합의 안 될 수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하마스가 미국이 중재한 가자 지구 휴전 합의안에 대해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 하마스가 제안한 내용 중에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질 때까지 전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수정하자고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다만 “간극은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좁혀지리란 보장은 없다”며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경고했습니다.
헤즈볼라 도발 격화로 이스라엘 북부 전선도 ‘화약고’
가자 지구에서의 충돌이 주목받는 가운데,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포격과 로켓 공격도 급증하면서 이스라엘 북부 전선이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고 국제위기그룹(ICG)의 마이라브 존스타인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했습니다.
- 존스타인은 하마스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가자 분쟁 해결이 이뤄져야만 북부 정세도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이스라엘이 하마스 격퇴에 주력하는 사이 헤즈볼라는 훨씬 강력한 무기를 갖추고 전력을 증강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헤즈볼라가 도발을 지속하는 이유는 전쟁에 대비해 이스라엘의 방어 태세를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따라서 이스라엘로서는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속도를 내는 한편, 헤즈볼라의 위협에도 각별한 경계를 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놓였습니다.
하마스 수뇌부 “이스라엘 공격 버텨낼 수 있어…협상 우위 점해”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하마스 군부 수장이자 휴전 협상 대표인 야히야 시누와르가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하마스가 충분히 버틸 수 있으며 결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 이는 워싱턴으로서는 “낙담스러운 평가”인데, 하마스가 아직 전투를 끝내기 위한 합의를 도출할 만한 충분한 압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 그런 가운데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 시누와르의 발언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으며, 어떤 군사적 타격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간츠 사임으로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위험 고조
그럼 이스라엘 내부 전망은 어떨까요? 이언 브레머는 내각 내 온건파였던 간츠 전 장관과 아이젠코트 전 총장이 물러나면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위험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합니다.
-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강력한 무장 조직으로, 전면 충돌이 벌어질 경우 친이란 세력들까지 가세해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란 역시 헤즈볼라를 지키기 위해 직접 개입에 나설 수 있습니다.
-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군 수뇌부는 이런 연쇄 확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건파였던 간츠와 아이젠코트가 빠지면서 벤그비르, 스모트리치 등 강경파의 대헤즈볼라 강공 요구를 제어할 명분을 잃게 되었습니다.
- 이제 네타냐후로선 레바논, 가자, 이란 등 어느 전선에서든 도발에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형편입니다. 반면 전쟁을 지속하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네타냐후가 무모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필리핀 국방장관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이 필리핀에 “실존적 문제”라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 테오도로 장관은 “우리는 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특히 불량배가 우리의 것을 불법적으로 가져간다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그는 남중국해의 자원이 “미래 세대의 필리핀인들을 부양하는 데 필요하다”며 국제법이 인정한 경계 내에서 자원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필리핀은 올해 350억 달러 규모의 군 현대화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영국, 호주 등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테오도로 장관은 중국이 “우리를 굴복시키거나 유화 정책으로 몰아넣으려 한다”며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간 대치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는 이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판결을 무시하고 필리핀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을 계속 침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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