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동안에 참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네요. 프랑스는 극우가 의회 과반까지도 얻을 수 있을 듯하고, 미국은 현직 대통령을 차기 후보로 계속 밀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미국에서도 ‘로판’이 대세랍니다. 2024년 7월 1일의 세계, 함께 살펴보시죠.
—에디터 김수빈 드림
프랑스 극우파, 의석 과반 확보도 가능
설마 했던 그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프랑스 국회에서 가장 큰 당이 될 전망입니다. (BBC)
- RN은 첫 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프랑스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현재 RN은 260에서 310석 사이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289석이 절대다수인 점을 고려할 때 아직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좌파 신인민전선 연합은 RN의 승리를 막기 위해 7월 7일 두 번째 투표에서 전략적으로 투표할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투표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많은 지역에서 세 후보가 맞붙는 ‘삼자 대결’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이는 반-RN 투표가 하나로 모이기 어렵게 만듭니다.
- 프랑스 정치에서 RN의 지배적인 위치는 이제 불가피한 사실로 보입니다. 이는 많은 시민들, 특히 대도시 거주자들에게 큰 충격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마크롱의 위기와 그 원인
나름 승부수를 던졌던 마크롱에게는 크나큰 위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매체에서 마크롱의 위기를 다뤘는데 그 중 인상적인 논평을 추렸습니다.
- FT: 마크롱의 임기 동안 실업률이 1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프랑스가 국제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목적지가 되었지만, 연이은 위기와 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이러한 성과가 가려졌습니다.
- WSJ: ‘마크롱은 CEO처럼 프랑스를 운영했다. 고객들은 만족하지 않았다’는 헤드라인이 내용을 잘 요약해주네요.
- 마크롱은 프랑스 경제를 글로벌 시장에 맞춰 개혁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경영 방식은 많은 프랑스 유권자들 사이에서 불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이민 문제와 생활비 상승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유권자들은 극우 정당인 마린 르펜의 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 헌법의 49.3조를 총 23번 사용하여 의회를 우회하고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첫 토론에서 대재앙을 맞은 바이든
지난 금요일(한국시간) 치러진 대선 토론에서 바이든이 너무나 쇠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바람에 큰 논란이 됐습니다. 트위터에는 각종 ‘밈’들이 (저 위의 짤을 비롯) 번성했고요.
첫 대선 토론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CBS 뉴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 중 45%가 바이든이 재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총 유권자의 72%가 바이든의 불출마를 원하고 있습니다. (FT)
- 폴리티코가 인용한 한 여론조사에에 참여한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은 바이든의 인지적 및 신체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를 “혼란스럽다”, “약하다”, “치매” 등의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토론 전후로 동일한 그룹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바이든의 지지율이 6%포인트 하락한 반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바이든에 대한 의구심이 민주당의 상·하원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WSJ)
- 펜실베이니아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더욱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면서 후보의 개별적인 자질보다는 당 소속에 따라 평가받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총기’가 흐려졌다는 지적은 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민주당이 이를 계속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요.
- 유럽 지도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나이와 정신적 예리함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EU 지도자와의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함으로써 이러한 우려가 부각되었습니다. 최근 G7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집중력 부족과 신체적 한계가 여러 차례 언급되었고요. (FT)
- 민주당 내부에서는 그간 이러한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백악관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WSJ)
바이든 교체, 가능할까?
미국 정가와 언론계는 주말 내내 바이든이 계속 민주당 대선 후보로 뛰어야 하나 논쟁을 벌였습니다.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이토록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구동성으로 후보 교체를 외친 건 정말 처음 보는 일입니다.
엄밀하게는 8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공식 지명하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능하진 않아요. 그런데 너무 이례적인 경우라 바이든 본인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엄청난 내분이 발생할 겁니다. 바이든은 사퇴할 생각이 없고요.
민주당 내의 내분, 공화당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거죠. 흥미롭게도 주말동안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밈이 트위터를 휩쓸었습니다. 여러 자리에서 똑같은 표현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지능에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늘 그 ‘무존재감’으로 비판받던 사람이라 왜 갑자기 여기서 해리스 밈이 도는 걸까 의아했어요. 제가 짐작하기로는 후보 교체론이 도니까 이참에 민주당 내에 더 큰 분열을 야기하려는 (십중팔구 공화당 또는 트럼프 캠프의)책략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 정말로 후보를 교체할 경우, 자연스럽게 부통령이 제1의 차선 후보가 되죠. 그런데 해리스는 너무 존재감이 없습니다.
- 그렇다고 해리스를 제치고 다른 사람을 선택하면 틀림없이 비백인·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발이 민주당 내에서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 해리스의 무능한 모습을 강조하면 어떤 방향으로 가든 원하는 결과(더 큰 민주당 내 내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아무래도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란 대통령 선거도 결선투표로
별 관심 없으시겠지만… 이란에서도 대선이 있었습니다. 이란에 대해서 관심이 많더라도 이란 대선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모든 결정은 최고지도자가 하고 대통령은 외교적인 얼굴 마담에 불과하거든요.
이란 국민들도 비슷한 생각인 거 같습니다. 투표율이 역대 최저랍니다. (CNN)
- 이번 대선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후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6000만 유권자 중 40%인 24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없어 7월 5일에 결선 투표가 열릴 예정입니다.
- 흥미롭게도 개혁주의 후보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으며, 보수 강경파 후보 사이드 잘릴리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됩니다.
브렉시트, 이제 후회합니다
영국 국민의 60% 이상이 EU 탈퇴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WSJ)
- 2019년 브렉시트를 추진한 보리스 존슨의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큰 패배가 예상됩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는 주요 선진국 평균보다 낮은 1.3% 성장률을 기록하며 침체되었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무역과 이민에 장벽이 생기면서 기업 투자도 감소하고, 정치적 혼란과 국민 분열을 초래했습니다.
- 브렉시트의 경제적 손실로 인해 영국의 연간 1인당 소득이 £85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국은 EU와의 교역 규정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혼란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상점은 상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현재 영국 정부는 아시아 태평양 무역 협정에 가입하고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고 잘못된 해법으로 풀려던 포퓰리즘의 후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영국의 후회를 반복할 거 같습니다.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
미국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방지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NYT)
- 최근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지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더 큰 지역적 갈등을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워싱턴에서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과 만나 북부 국경의 긴장 상황을 논의했습니다. 또한, 백악관 고위 관리인 아모스 호크스타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방문하여 헤즈볼라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 미국 정보 기관들은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지하기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공격을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벌일 구실을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고 평가합니다.
-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는 북부 전선을 여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며, 갈란트 장관은 새로운 전선을 여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관리들은 가자지구에서의 전투 중단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스라엘은 서안(웨스트뱅크)에 위치한 유대인 정착촌을 합법화시킬 계획입니다. (NYT)
- 해당 정착촌들은 에비아타르, 기밧 아사프, 스데 에프라임, 아도라임, 그리고 헬레츠로, 이들은 모두 현재 불법 상태이지만 정부의 묵인 하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의 극우 재정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이 정착촌들을 합법화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 조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재정적 압박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서안 지배를 강화하여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 국제 사회는 대부분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보고 있으며,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를 제네바 협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니켈 산업 투자 유치에 나서
필리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니켈 생산국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에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서구의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FT)
- 필리핀은 미국과의 핵심 광물 협정을 모색하고 있으며, 더 많은 정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니켈 생산량은 인도네시아에 비해 적지만,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의 국가들이 필리핀 니켈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 필리핀은 인도네시아와 달리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더 깨끗한’ 니켈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환경 친화적인 생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의 높은 에너지 비용은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필리핀 정부는 더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 옵션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압도적인 니켈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만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을 주도하는 건 중국 기업들입니다. PADO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시장을 선점한 중국 사업가에 대한 기사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소식들
- 홍콩의 퇴락은 사교클럽 멤버십 가격 ‘떡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홍콩의 경제 둔화로 인해 사교클럽 멤버십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 1년간 멤버십 가격이 최대 20% 떨어졌습니다. (FT)
- 중국 온라인의 극단적 민족주의가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6월 중국에서 한 중국 여성이 일본인 어머니와 자녀를 보호하려다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여기서 중일 갈등을 조장하고 여성을 비난하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Straits Times)
- 요새 미국에서도 ‘로판’이 대세라네요. 로맨타지(미국에선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도서는 2023년에만 2000만 부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미국 내 전체 도서 판매가 2.6%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입니다.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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