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은 속빈 강정으로 끝났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대만을 침공하도록 유인하고 있지만 ‘낚이지 않겠다’고 했다네요.
한국군이랑 대만군이랑 어디가 더 당나라 군대일까요? 2024년 6월 17일의 세계, 그 정답과 함께 살펴보시죠.
—에디터 김수빈 드림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 러시아·중국 불참으로 속빈 강정
지난 주말 스위스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에 러시아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불참했습니다. CNBC 보도입니다:
- 우크라이나 정부는 중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의 불참 결정에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심지어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대신 해리스 부통령을 보냈습니다.
-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지만, 전쟁의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주도하는 평화 협상에만 관심이 있다는 분석이 최근 제기됐어요.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입니다:
- 중국은 러시아를 계속 도우면서 서방 주도의 평화 제안을 훼방 놓고, 이를 통해 얻은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합의를 중재하려 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시진핑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더라도 잃을 게 별로 없기에 계속해서 러시아를 간접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주도의 외교 노력을 좌절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외교적 대가는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화 협상을 주도하는 척하면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개도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현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진핑 ‘미국이 중국을 대만 침공하도록 유인’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23년 4월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을 대만 침공으로 유인하려 하지만 그 미끼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입니다:
- 시진핑이 외국 정상에게 이런 주장을 한 건 처음입니다. FT는 시 주석이 자국 관리들에게도 비슷한 경고를 했다고 전합니다.
- 시 주석은 또한 미국과의 충돌이 중국의 많은 성과를 무너뜨리고 2049년까지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진핑 발언의 진의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시진핑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 중국공산당 입장을 대변하는 학자, 전직 군인 등은 이전부터 ‘미국이 일부러 중국을 자극하려고 대만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거든요.
- 이 논리대로라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더라도 미국 탓을 하는 게 가능합니다.
CSIS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랑쳇Jude Blanchette의 논평: “시진핑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든 간에, 중국의 의사 결정 환경과 그에 투입되는 정보가 시진핑의 측근들에 의해서든 아니면 시진핑 자신의 독재적 행동에 의해서든 왜곡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만 라이칭더 총통 ‘대만군, 대만 방어에 전념해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황포군관학교 창설 100주년 연설에서 대만군이 국민당의 유산을 버리고 대만 방어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입니다:
- 라이칭더: “중국의 강력한 부상이 대만해협의 현상을 파괴하고 대만 병합과 중화민국 소멸을 국가적 대의로 여기는 상황에서, 대만을 보호하고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
- 라이 총통의 연설은 구식 지휘체계로 비판받는 대만군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신정부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대만군은 그 정체성이 매우 독특합니다. 쑨원이 100년 전 중국 본토 광저우에서 국민당 황포군관학교를 세웠을 때는 레닌주의의 당군 개념을 바탕으로 했거든요. 다시 말해 중국공산당-인민해방군, 조선노동당-조선인민군처럼 군대가 국가가 아닌 당의 통제를 받습니다.
국민당이 대만에서 장기집권하던 시절이 끝나고 민진당이 집권하고 나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집니다. 여전히 고위 장교들 마음 속에는 대만군은 국민당 군대니까요.
한국군이나 대만군이나 고질적인 ‘당나라 군대’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만군은 아예 군대의 정체성 문제까지 더해져서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 예전에 제가 한 외국 전문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체 대만 군대는 어떻게 해야하나’하고 운을 뗐더니 ‘내 생각에 대만은 지금 군대로는 틀렸고… 별도의 군대를 창설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 현대 국가 역사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만큼 대만군의 문제가 뿌리 깊고 심각합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군 ‘작전 중단’ 계획에 반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지구로 통하는 국경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물자 배포를 돕기 위해 군사 작전을 제한적으로 중단하려는 이스라엘군의 계획에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FT 보도입니다:
- 하마스와의 9개월간의 전쟁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대응을 둘러싼 국내 비판이 커지고, 최근 이스라엘군이 입은 인명 피해로 국민 정서가 악화된 가운데 나온 발언입니다.
- 야권과 시위대는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수만 명이 하마스와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텔아비브 거리로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가 인도적 문제를 어느 정도 다스리면서도 극우파를 달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쇼를 벌인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판다’가 이끄는 중국-호주 관계 개선
리창 중국 총리가 호주를 4일간 방문하는 일정을 남호주 와이너리와 애들레이드 동물원 방문으로 조용히 시작했습니다. 닛케이아시아 보도입니다:
- 리 총리는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한 중국 총리로, 16일 안토니 알바네즈 호주 총리와 회담할 예정입니다. 리 총리는 토요일 늦게 남호주 주도에 도착해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 호주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2020년 외교 분쟁 중 호주의 농산물과 광물 수출에 제재를 가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완화된 상태입니다.
- 리 총리는 애들레이드 동물원에서 중국에서 대여한 한 쌍의 판다를 방문하고, 이들이 올해 말 본국으로 돌아갈 때 베이징이 새로운 판다 두 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 또한 남호주 와인 수출업체 행사에 참석해 호주 와인 수출 재개를 환영했습니다. 페니 웡 외교장관은 리 총리의 방문이 양국 관계 안정화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던 양국 관계는 작년 알바네즈 정부 출범 이후 해빙 무드로 돌아섰습니다.
- 특히 호주산 농산물과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입 제재 해제는 호주 경제에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상존해,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호주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꽤 단호하게 대처한 편입니다. 제가 호주의 국내 분위기를 상세히 알지는 못합니다만 앞으로도 중국에게 저자세로 나가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근래에도 호주 정보기관이 중국의 공작 사례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방어적 공세에 나가기도 했고요.
시민단체도, 재계도 ‘트럼프 2.0’ 대비 중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 의제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레지스탕스’ 연합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NYT 보도입니다:
- 이들은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며 반격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인사, 진보 활동가, 감시 단체, 반(反)트럼프 공화당 인사 등으로 구성된 이 연합체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그들의 의제뿐만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 자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뭉쳤습니다.
- 이들은 대규모 추방, 정적에 대한 보복, 민주당 도시로의 연방군 파견, 충성파로의 공무원 교체, 행정부 권한 확대 등 트럼프가 공공연히 밝힌 급진적 변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 소송 준비, 재정 감사, 낙태약 비축 등 전례 없는 준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2016년 트럼프의 예상 밖 승리 이후 준비가 부족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 리더들이 그의 정책 의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시 그의 곁을 맴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트럼프가 마지막 강력한 경쟁자를 누르고 공화당 경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잇따라 그의 지지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는 다수의 최고경영자들이 트럼프의 감세안과 이민 정책 완화 공약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 인식, 그리고 대선 전 정책 의제 형성에 관여하려는 의도에서 트럼프에게 다가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언 등 역사적으로 정치적 지지를 자제해온 CEO들조차 트럼프의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바이든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 트럼프 역시 기업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감세 확대, 인공지능 육성, 규제 완화 등을 약속하면서도, 이민과 동맹 분담금 등 민감한 의제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기적의 다이어트약 오젬픽, 패션산업 트렌드까지 바꾼다
오젬픽, 위고비 등의 GLP-1 계열 다이어트약(본래는 당뇨 치료제이며 지금도 판매는 당뇨 치료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은 연일 제약업계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뇨, 비만 뿐만 아니라 다른 심혈관 계통 질환에도 좋다고 하니 ‘기적’이란 표현도 그리 과장이 아닙죠.
월스트리트저널이 오젬픽이 가져온 의외의 산업적 영향을 다뤘습니다:
- 오젬픽 등 획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 다이어트 프로그램 수요를 억제하고 식품회사들로 하여금 사람들의 식사량 감소에 대비하게 하는 가운데, 의류 판매업체들은 날씬해진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새 옷을 사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 새로 날씬해진 이들은 옷장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몸에 밀착되는 옷과 대담한 디자인에 끌리고 있습니다. 일부 브랜드들은 지퍼를 코르셋으로 교체하고 시스루 룩을 추가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 많은 소매업체들이 미국인들의 비만 문제에 대응해 사이즈를 키웠던 최근 몇 년간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상황입니다. 의류 대여 업체 렌트 더 런웨이의 제니퍼 하이먼 CEO는 지난 15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객들이 작은 사이즈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약 15.5%의 미국 성인, 즉 550만 명 이상이 체중 감량을 위해 주사 약물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체중 감량제가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관련 시장이 충분히 커질 것으로 보고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GLP-1 계열 약물의 장기적 사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근손실이 꽤 발생한다고는 합니다)은 아직까지 밝혀진 게 별로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안심할 순 없겠죠. 어쨌든 한국에도 정식 출시가 되면 정말 난리가 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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