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부활 / 엔비디아, 애플 제치다 / 추락하는 홍콩 경제

ECB, 기준금리 내린다 / 중국, 서방 군 파일럿 영입 시도 / EU 의회 선거, 극우 선전 예상

간디의 부활 / 엔비디아, 애플 제치다 / 추락하는 홍콩 경제
Photo by Raghavendra V. Konkathi / Unsplash

1. 간디의 부활

인도 총선이 모디 총리의 BJP에게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건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의외의 선전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간디 가문의 라훌 간디가 있습니다.

간디 가문은 인도 정계의 명문가로 INC를 이끌어왔지만[^1] 근래에는 BJP에 밀려서 빛을 못 보고 있었습니다. INC가 당내 갈등과 부패 스캔들로 흔들렸던 게 크죠. 뉴욕타임스가 라훌 간디의 부활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시간을 내서 읽어볼 만합니다.

  • 라훌 간디는 젊은 정책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당 기반조직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 라훌 간디가 주도한 전국 도보행진을 통해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한 점, 지역 정당과의 협력을 통해 반(反)BJP 진영을 규합한 점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 특히 가장 많은 의석수를 배분하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BJP의 의석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INC 돌풍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 선거 이후 인도의 대표적 재벌 아다니의 주가 폭락은 모디 총리가 소수 재벌을 위해 정책을 편다는 라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특히 BJP의 힌두 민족주의에 반해 INC가 인도의 세속주의 정체성을 강조했다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봐요. 힌두 민족주의가 단지 모디나 BJP만의 모토가 아니라 지금 인도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분석도 선거 전에는 꽤 있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희망적 사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생각하거든요.

[^1]: 마하트마 간디와 자와할랄 네루가 INC를 만들었고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가 장기간 인도 총리로 집권했지만 마하트마 간디와 지금의 간디는 성만 같을 뿐 혈연적으론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2. 엔비디아, 애플 제치고 미국 시총 2위로

그래픽 칩 제조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돌파하며 애플을 제치고 미국 증시 시총 2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관련 수요 급증에 힘입어 최근 주가가 급등했는데, 1년 전과 비교해 150% 이상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의 AI 칩에 대한 경쟁사들의 투자 확대 속에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비디아의 독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약간의 회의주의를 갖고 상황을 다시 살펴볼 때입니다. WSJ의 5월말 기사가 엔비디아의 장기 리스크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 AMD, 인텔 등이 자체 AI 칩을 출시하고 있고,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 AI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비해 매출은 저조한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한 AI 모델 개발을 모색하고 있어 엔비디아 수요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전력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부족 등 AI 확산의 물리적 제약 요인도 엔비디아의 성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3. ECB, 기준금리 내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늘 기준금리를 현행 4.0%에서 3.75%로 인하할 것으로 확실시 됩니다. 다른 언론들도 ECB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로이터는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하네요.

이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물가 급등에 대응해 사상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금리를 약 1년 만에 내리는 것입니다. ECB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에서 2% 목표치 근방으로 떨어진 점을 근거로 들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 안정세가 공고화됐다고 선언하진 않을 전망입니다. ECB의 향후 추가 금리 인하 속도는 국내 물가와 수요 추이에 달렸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난해 10% 이상까지 치솟았던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최근 2%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등은 이미 금리 인하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 그러나 미국의 경우 높은 물가 압력이 지속되면서, 연준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 일각에선 ECB의 금리 인하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등 물가 하방 압력이 약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4. 홍콩 경제, 마이너스 성장 지속

홍콩의 1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됩니다. 중국 정부의 홍콩 보안법 강화와 인접 선전과의 경쟁 심화로 글로벌 기업 이탈이 가속화된 것이 주된 요인입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홍콩을 둘러싼 중국의 규제와 정책 변화도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편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면서 싱가포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닛케이는 주요 싱가포르와 스위스 은행들이 홍콩에서의 채용을 늘리고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며 신규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때는 홍콩이 위축되면 서울에도 그 반사이익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가 있었습니다만... 한국의 관치금융 전통 때문에 그렇게 될 리 없겠죠. 싱가포르의 몇 안되는 약점 중 하나는 바로 부족한 땅덩어리로 인한 높은 임대료 비용입니다.

홍콩은 이전까지 아시아 미술 시장의 국제허브 역할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와 정치 탄압을 기점으로 그 무게 중심이 서울로 좀 쏠리긴 했습니다. 홍콩, 싱가포르와는 달리 로컬의 미술시장도 탄탄한 편이라는 게 매력 포인트기도 했고요. 여기서도 (의외로) 관치금융이 문제가 되는데 미술시장도 금융에 의존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5. 중국, 서방 군 파일럿 영입 시도

중국군이 미국과 NATO 소속 현역 및 전직 군 조종사들을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불법적으로 영입하려 한다는 정보가 포착되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인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즈 정보동맹국들이 연합으로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핵심 기술 엔지니어부터 군 관련 인사까지 중국이 안 건드리는 게 없죠.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고요. 경제적인 디커플링은 요원하지만 이렇게 정치적인 디커플링이 가속화되면 경제·무역 측면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6. EU 의회 선거, 극우 선전 예상

오는 6월 6~9일 실시되는 EU 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정당들이 의석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가 상승과 이민 문제 등으로 불만이 고조되면서 반(反)EU 정서가 확산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차기 EU 의회에서는 보수 우파 성향이 강화될 전망입니다.

7. 호주 1분기 경제성장률 예상 밑돌아...연간 1%대 성장 그칠 듯

호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 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호주는 역사적으로 신기할 정도로 경제위기 등의 타격을 별로 받지 않아 '기적의 경제' 같은 표현을 받곤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다른 선진국 평균 성장률보다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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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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