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경제는 미국이야 / 유럽·중국 무역전쟁 / 독일, 징병제 검토

2024년 6월 12일의 세계를 전해드립니다.

아직 뉴스레터 작업 방식을 놓고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하고 있어서 발행시간이 들쭉날쭉합니다. 당분간은 정오께에 발송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궁금하신 점이나 제안 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회신 주세요.

—에디터 김수빈 드림

미국 강세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

세계은행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했습니다. 블룸버그 등 여러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했어요.

  • 세계은행은 미국 경제의 예상 밖 호조로 인해 2024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 세계 무역 성장세는 약간 회복되겠으나, 2024년까지 1990년대 이후 최악의 5년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잘 모르겠으면 미국 경제의 역동성에 베팅하라.’ 너무 인상적이어서 계속 기억하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마지막 말입니다. 팬데믹이 마무리된 지도 꽤 됐는데 여전히 미국 경제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진기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한국 수출의 주요 대상국인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이는 점은 리스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아들, 총기 구매 관련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2018년 10월 총기 구매 시 마약 사용 여부에 대해 거짓으로 답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미국도 그야말로 ‘사법 리스크’가 대선을 수놓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맞붙을 놓을 수 있는 건수가 생겼네요. 물론 후보 본인의 범죄와 아들의 범죄는 그 자체도 차이가 크긴 합니다만 트럼프나 그 지지자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쓰진 않겠죠.

  • 헌터 바이든은 바이든의 차남인데 원래부터 사고뭉치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하죠.
  • 매우 모범적이었던 장남 보 바이든이 병으로 일찍 세상을 뜬 이후 약물 중독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 헌터 바이든은 최대 25년 징역과 75만 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나 바이든은 아들이 징역형을 받더라도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였던 사업에 대한 의혹이 트럼프 캠프에 의해 주기적으로 강조됐었죠. 바이든은 끝까지 아들 문제가 리스크로 남네요.

유럽연합,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부과 예정

an electric car plugged in to a charging station
Photo by Eren Goldman / Unsplash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는데 재미있는 건 독일의 반응입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이 이를 상세히 보도했어요.

  • 프랑스는 중국의 불공정한 국가 보조금을 이유로 높은 관세를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은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관세율을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 유럽연합은 현재 모든 수입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15%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 독일은 관세 부과 자체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과 동일한 15% 수준으로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20~30% 수준의 높은 관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이번 결정은 유럽연합 내 정치적 역학 관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독일과 프랑스의 지지를 확보해 연임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중국은 개별 회원국들 사이에 이견을 유발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10여 년을 돌아보면 독일의 모습은 초라합니다. 현재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했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이제는 높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로 중국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입니다.

아직도 한국에는 독일을 이상향처럼 그리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 좀 더 세게 말씀드리자면) 지금의 독일은 반면교사 그 자체입니다.

세계 최대 구매력 단일시장 vs. 세계 최대 수출국

유럽연합의 전기차 관세는 세계 최대 선진 소비시장(유럽)과 세계 최대 수출국(중국)의 무역전쟁을 본격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이 부과하는 관세가 중국산 전기차의 판매량을 크게 줄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봅니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강하거든요.
  • 중국은 늘 이런 조치에 보복했습니다. 호주가 중국의 보복 조치로 경제에 타격을 입은 바 있죠.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유럽연합의 브랜디(호주의 경우 와인이 타깃이었죠), 유제품, 돼지고기 등에 대한 보조금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농식품이 중국의 보복 조치의 희생양이 될 경우, 그 물량이 한국 등의 다른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등으로 연쇄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중도우파 대표, 극우정당과의 선거연대 제안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선언하면서 중도 연합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이야기는 어제 해드렸죠. 마크롱의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이 점점 줄고 있다는 생각인데 이런 제 생각을 거들듯, 이번엔 역으로 중도 우파가 극우와 연대를 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공화당 대표 에릭 시오티는 6월 30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의 선거연합을 제안했습니다.
  • 시오티는 “마크롱주의의 무능함”과 극좌세력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RN 및 우파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르펜은 시오티의 “용기있는 선택”을 치하했습니다.

여론조사 동향: 마크롱 진영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RN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6월 조기 총선에서 RN이 단독 또는 연정으로 마침내 정권을 잡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시장의 반응은 창백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RN이 대규모 재정지출 정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크롱의 도박: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유럽의회 투표는 통상적으로 ‘자기네 나라 현 정부에 대한 여론조사’처럼 작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연합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투표하기 보다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국민으로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겁니다.

  • ‘그럼 극우파 정부가 (유럽연합 말고) 프랑스에 들어서도 좋다 이거야?’ 라는 질문으로 유권자들을 압박하겠다는 게 마크롱의 생각입니다.
  • 무즈타바 라만 유라시아그룹 유럽 디렉터: “마크롱 대통령은 친EU, 친우크라이나, 중도 성향의 현상유지와 극우정부 출현이라는 실존적 위험 사이의 선택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던짐으로써 여론조사 결과에 도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마스, 바이든 평화안에 ‘긍정’하면서도 수정안 제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평화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수정안”을 제시했습니다. 양측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전쟁을 “완전히” 끝내며,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의 수정안에는 영구적인 휴전을 위한 일정과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타르와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최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주 전 이스라엘이 제안한 3단계 평화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방이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 제안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 극우파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를 무력화시키고 납치된 인질을 되찾기 전에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이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습니다.

‘애플x오픈AI’가 빅테크의 역학 관계에 미칠 영향

애플이 오픈AI와의 제휴를 발표했는데 요게 좀 묘한 지점이 있습니다. 왜냐면 그동안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던 빅테크 업계 내의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있거든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입니다.

  • 애플과 구글: 애플 제품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해주는 대가로 구글이 애플에게 연간 막대한 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MS는 가장 먼저 오픈AI와 제휴를 맺은 곳이죠.
  • 그런데 애플과 오픈AI가 제휴를 하게 되면 양사의 기존 관계가 묘하게 되겠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처신이 좀 수상쩍은 게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일론 머스크 못지 않게 리더 리스크가 큰 인물이라고 봅니다.

미국도 독일도… 다시 징병제?

soldiers in truck
Photo by Diego González / Unsplash

인구 감소는 모든 선진국에게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큰 지정학적 격변으로 각국이 군비를 확장하면서 병력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독일 국방부의 징병제 부활 검토를 전했습니다.

  • 독일은 현재 군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중단되었던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18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군 복무 적합도를 평가한 뒤 일부를 선발해 징집하는 스웨덴식 모델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자원입대만으로도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국방장관은 총리와의 의견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뜻과 다소 다른 제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2029년까지 독일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실 인구 감소와는 아직 거리가 먼 나라입니다만 병력 자원의 문제는 고질적입니다. 트럼프 캠프 일각에서 징병제 제안이 나오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입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국방장관이었던 크리스토퍼 밀러는 모든 공립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군 적성검사(ASVAB)를 의무화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 밀러를 비롯한 일부 전직 행정부 관리들과 공화당 의원들은 징병제 부활 등 미국 청년들에게 “국가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는 조치들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 이들은 현재 미군이 직면한 병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 미국 사회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무 병역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졸업 조건으로 ASVAB 시험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저소득층 지역의 학생들이 군 모병관들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군은 군 적성검사(ASVAB) 시험으로 미리 병력 자원으로 적합한 인재를 파악해놓고, 필요하게 되면 해당 인원에게 입대를 권유하는 식으로 병력 자원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계속 저소득층만 ‘총알받이’로 쓴다는 미국 군 제도에 대한 비판을 오히려 가중만 시킬 겁니다. 정말로 사회 결속력 강화 등을 원한다면 다른 제도를 기획해야겠죠.

한국은 이미 입영 가능 연령의 95%가 현역으로 입대하는 등, 현행 징병제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국방부 등 군 수뇌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죠. 그도 그럴 것이 개혁은 결국 군 규모의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모든 조직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1순위로 챙깁니다.
    • 군인들이 ‘안보 문제는 전문가(=군인)에게’란 말을 하는데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스스로가 잘 보여준다 할 수 있죠.
  • 저는 예비군 제도의 획기적인 개혁 및 확대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결속력 강화 등을 위해서도 그렇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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